2017.09.11 14:19
지난달 21일 한국대학농구연맹은 2017 대학농구리그 플레이오프 및 챔피언결정전 남자부 전 경기가 오후 2시에 펼쳐진다고 발표했다. 일정이 발표된 후 농구 팬들 사이에서는 “올해도 플레이오프 직관은 포기 해야겠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일반인들은 물론 대학생들도 경기장에 갈 수 없는 오후 2시에 모든 경기를 편성했기 때문이다.
연맹은 이미 지난해 챔피언 결정전 경기 시간을 12시, 14시에 편성하면서 많은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연맹의 이번 결정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선택이었다. 이에 대해 연맹도 나름의 이유를 설명했다. 대학농구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시청할 수 있는 TV 생중계를 위해서 플레이오프 2시 경기 편성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고 말했다.
이번 연맹의 결정에는 두 가지 의문이 남는다. 우선, TV 중계의 필요성이다. 정규시즌 대학농구리그 남자부는 전 경기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 됐다. 인터넷 중계만으로 농구 팬들은 충분히 대학농구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이는 TV 중계를 위해 플레이오프 경기 시간을 무리해서 앞당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 중계를 우선순위로 고려했어야 하는가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또 TV 중계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든다. 평일 낮 2시,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직장에 있고, 학생들은 학교에 있을 시간이다. 과연 그 시간에 TV 앞에 앉아서 여유롭게 대학농구 플레이오프 경기를 시청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물론 TV 중계가 인터넷 중계보다 좀 더 좋은 시청 환경을 제공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매체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대학생들과 농구 팬들의 경기 관람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만큼 중요한 것인지는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연맹의 선택은 단순히 팬들의 경기 관람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경기가 2시에 열리면서 선수들이 대학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 C학점 제도가 시행되면서 리그 출장을 위해서는 학점 관리가 필수인 선수들에게 이것이 훗날 어떤 부메랑으로 되돌아올지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득 찬 관중석에서 열띤 응원과 함성을 받으며 경기할 때 선수들은 신이 나고, 더 멋진 경기력을 보인다. ‘팬이 있기에 선수가 있다’는 말처럼 선수들은 팬들 앞에서 경기할 때 최고의 플레이와 좋은 모습을 보인다. 어쩌면 TV 앞에서의 열띤 응원보다 경기장에서의 작은 박수 소리가 선수들에게 더 큰 힘이 될지도 모른다.
이번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여러 가지 응원과 이벤트를 준비한 각 대학 농구 서포터즈도 아쉬움을 표했다. 남대 1부 12개 팀은 모두 농구 서포터즈를 가지고 있을 만큼 각 학교에서 두터운 팬 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플레이오프는 경기장에서 많은 학생들을 찾아 보는 것이 쉽지 않을 예정이다. “단체 응원과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학생들에게 대학 스포츠의 매력을 알릴 좋은 기회였는데 경기와 강의 시간이 겹치면서 저도 경기를 못 보러 가게 생겼어요.”라고 말하는 모 대학 서포터즈의 목소리에서 대학 스포츠의 안타까운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경희대 빅 3’, ‘고려대 트윈타워’, ‘황금 드래프트 세대’ 등 최근 몇 년간 대학농구의 인기를 이끌었던 스타 선수들이 프로 무대로 떠나면서 대학농구는 위기를 맞았다. 이것이 비단 농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고교 선수들의 프로 직행, 대학들의 지원 축소, 정유라 사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엮이면서 대학 스포츠 전체가 관중 감소, 경기력 저하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학생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서 대학 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연맹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같은 선택을 했다. 이제는 협회의 행정이 대학 스포츠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다시 생각해볼 시기다.